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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2-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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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기업도 소비자도 흔드는 파워 블로그·파워 카페 그 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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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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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의 블로그 평가 전문사이트인 ‘24/7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가치 있는 25개의 블로그’ 중 2위를 차지한 ‘맥루머스닷컴’의 운영자가 한국인으로 밝혀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00년 설립한 맥루머스닷컴은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컴퓨터회사 애플에 대한 정보와 소문, 신제품 정보 등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어 “애플 경영진보다 애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달 방문객 440만명에 4000만페이지뷰를 자랑하는 이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30대 중반의 재미 한국인 2세 아놀드 김씨는 지난해 의사까지 그만두었다. 방문자 수가 늘고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블로그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문가 뺨치는 내용이나 생생한 경험담을 얻을 수 있는 카페와 블로그가 활성화 돼 있다. 이전에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면 이제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부터 켜고 카페나 블로그를 살펴본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신간 나오면 블로거 먼저… 시사회 모시기도
회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하루 방문객이 수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카페나 블로그의 파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파워 카페’나 ‘파워 블로그’에서 오가는 얘기나 정보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상에도 위력을 떨친다. 매니아들의 입방아에 따라 특정 제품의 매출이 오르내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한 출판사 직원은 “인기 블로거의 긍정적 서평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신간 홍보 중 하나”라며 “신간이 나오면 스타 블로거에게 먼저 선물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쌍꺼풀을 잘한다”고 자주 오르내리는 한 성형외과는 “상담 예약 고객의 60% 정도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고 왔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영향력 때문에 따로 카페를 만들거나 블로그를 만드는 성형외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입소문이 중요한 문화공연과 관련해서도 카페나 블로그의 파워는 막강하다. 무료 시사회나 단체 관람과 같은 이벤트를 전문으로 하는 ‘문화충전 200%’라는 카페는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 만한 이는 다 아는 곳으로 매일 10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한다. 또한 이 카페에서는 이벤트에 당첨되면 무조건 리뷰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홍보담당자들도 선호한다고 한다. 운영자 피은성(45)씨는 “회원들이 보고 온 작품리뷰는 검색을 통해 회원이 아닌 네티즌들에게도 노출된다”며 “우리나라 공연업계의 특성상 홍보비로 많은 금액을 지출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카페를 많이 애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저비용 고효율로 ‘문화충전200%’ 한 곳에만 월평균 250건 정도의 이벤트 문의가 있다.
1인 카페의 힘
광고 문의 쏟아져… 회원 악평에 문 닫은 민박집도
유럽 여행을 가는 사람 10명 중 8명이 이용한다는 유럽여행 전문 카페 ‘유랑’. 회원 수 28만명을 자랑하는 이 카페는 권재혁씨가 4명의 마음 맞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해 오고 있다. “10년 전 친구들이랑 유럽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정보 수집용 카페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가입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카페 규모가 커졌죠. ‘유랑’이란 이름도 회원 분들이 지어 준 거예요.”
처음에는 단순히 정보 수집을 위해 만든 카페였지만 몸집이 불어나면서 다른 카페와의 차별성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까지의 카페들을 보면 게시판별 카테고리의 분류가 체계적이지 못했어요. 그래서 ‘유랑’의 게시판을 좀 더 세분화했고 리뷰 글도 단순히 ‘좋았다’가 아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고 가격은 얼마인지’같이 구체적으로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유랑’에는 인터넷 언어를 비롯해 비속어, 반말 등의 사용도 금지한다. 이 같은 까다로운 규칙들은 결국 ‘유랑’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카페의 영향력도 커졌다. 하루에도 수건의 광고 문의가 들어올 정도다. 카페에 올라온 글 때문에 민박집 하나가 문을 닫은 적도 있다. 권씨는 “민박집에 관한 리뷰는 주인에 대한 주관적 감정이 실리기도 한다”며 “민박집 주인들도 사람이기에 항상 친절할 수는 없다”면서 “그런 부분들은 여행객들이 알아서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랑’과 같이 규모가 큰 카페를 10년 동안 운영해온 비결에 대해 권씨는 “지금은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서 하루 2시간 정도밖에 관리를 못하지만 2년 전만 해도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카페 관리에 쏟아부었다”며 꾸준한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권씨는 “카페 회원들이 올려주신 콘텐츠가 지금의 유랑을 만들었기 때문에 ‘유랑’을 제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며 “‘유랑’을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 전문 홈페이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했다.
블로그가 인생을 바꿨다
하루 방문객 2만… 평범한 주부서 베스트셀러 스타로
블로거 현진희씨가 운영하는 요리 블로그 ‘베비로즈’는 1인 블로그지만 엄청난 파워를 발휘하는 경우다. 2만이 넘는 하루 평균 방문객 수에 포스팅 스크랩(블로그 게시물을 자신의 블로그로 가져가는 행위) 수만 총 200만건. “처음에는 인터넷도 모르고 블로그가 뭔지도 몰랐어요. 우연히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게 됐고 그게 제 블로그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블로그는 그녀의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블로그 ‘베비로즈’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됐고 현씨는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 강의를 나가게 됐다.
현재 네이버 하나에만 요리와 관련된 블로그가 10만개가 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진희씨의 블로그가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현씨는 “이전에 경험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블로그 내용을 채워서 그런지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며 “신혼 초기에는 나도 요리를 굉장히 못해 내 음식은 아무도 먹질 않아서 본격적으로 요리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계량 컵을 이용한 정확한 수치가 아닌 ‘손 한 움큼’‘티스푼으로 2번’과 같이 일상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현씨의 블로그가 유명세를 타면서 음식 사진에 기업 광고 로고가 박히고 신제품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초심을 잃은 것 같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등의 비판도 있지만 현씨는 “기업의 협찬이나 광고 제의를 모두 수락하지는 않는다”며 “직접 써보고 정말 소비자가 이용할 만한 제품만 블로그에 노출한다. 항상 먼저 고려하는 것은 살림하는 아줌마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파워 뒤에 숨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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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블로그 ‘베비로즈’의 인기블로거 현진희씨. |
홍보전문 댓글대행업체 등장… 공동구매 사기도 빈번
이러한 ‘파워 블로그’ ‘파워 카페’의 등장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신형원 수석연구원은 “카페나 커뮤니티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상호 신뢰감이 강하고 이러한 신뢰감이 제품 평가, 제품 추천, 공동구매 선정 등으로 이어져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파워 카페’나 ‘파워 블로그’의 출현이 새로운 소비자 문화의 등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주관적인 판단이나 극단적인 평가들이 기업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억울한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는 이용자의 주관적인 글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블로거들 사이에서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태원의 한 부대찌개 음식점 주인은 “블로거가 쓴 글로 인해 음식점의 매출이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며 “‘불친절하다’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디지털 카메라와 같이 ‘파워 카페’를 통해 공동구매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제품은 공동구매 사기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특정 회원이 다른 회원들에게 공동구매를 제안한 후 돈을 받아 자취를 감추는 수법이 주로 쓰인다. 여행 성수기에는 항공권 공동구매 사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사라진 회원을 잡기 위해서는 회원의 신상정보가 필요하지만 카페 가입 절차가 워낙 간단해 범죄를 저지른 회원의 신상정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주일에도 수건씩 ‘아무래도 공동구매 사기를 당한 것 같은데 어떡해야 하나요’ 같은 글들이 올라오는 카페도 있다.
또한 ‘파워 블로그’나 ‘파워 카페’를 악용해 특정 제품을 띄우려는 목적으로 소위 ‘알바생’에게 돈을 주고 좋은 리뷰를 쓰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알바생에 의해 작성된 엉터리 홍보성 게시물은 진위를 따져보기 힘들기 때문에 선량한 회원들이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엉터리 홍보성 게시물의 경우 일차적으로 포털에 차단 책임이 있고 대부분의 포털에는 ‘게시물 중단 요청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게시물의 홍보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차단 기능은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다. 네이버의 고객센터 상담원 김모(28)씨는 “홍보원들이 교묘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게시물의 홍보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파워 블로그나 파워 카페에서 은근히 이루어지는 기업 홍보는 판단 기준이 애매해 차단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떻게 운영되나
수십만 회원에 하루 수천 건 댓글, 겨우 2~3명이 관리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요즘에는 기업이 영향력 있는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홍보를 하기 위해 심지어 댓글 대행 업체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홍보 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운영자 및 소수 활동력 있는 회원의 제품 평가가 전체 회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업 등이 이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파워 블로그’의 경우 운영자의 글 하나가 특정 제품 판매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인기 블로거 중 일부는 매달 적지 않은 돈을 기업으로부터 받고 이벤트 게시물을 올려주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2차적으로는 카페나 블로그 운영자에 의해 사기나 엉터리 홍보 가능성이 차단돼야 하지만 영향력이 강한 대형 카페라 하더라도 운영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자체 정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가입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대형 카페로 새 글이 하루에 3000개가 넘게 올라오지만 운영자가 5명에 불과한 곳도 있었으며, 심지어 20만명이 넘는 회원을 자랑하면서도 단 2명의 운영진에 의해 운영되는 카페도 있었다. 때문에 대다수의 대형 인터넷 카페 운영자들은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글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고충에 시달린다. 일부 카페의 경우 등급 절차를 최대한 까다롭게 하여 아무나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신고 게시판을 통해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해 게시물을 차단하지만 역부족이다.
네이버 카페 ‘유랑’의 운영자 권재혁씨는 “운영자를 더 확보하고 싶지만 금전적 보상이 없는 봉사활동과 같기 때문에 운영자 확충이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SK커뮤니케이션즈 이글루스의 ‘렛츠리뷰’ 서비스 |
“리뷰 원하는 기업과 공짜 원하는 소비자 연결해 줍니다”
블로그나 카페의 입김이 세지면서 이들에게 스폰서를 자처하며 리뷰를 요구하는 사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혹은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리뷰를 원하는 기업과 제품을 무료로 써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인터넷 중개 서비스도 나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 자회사인 이글루스가 운영하는 ‘렛츠리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글루스의 ‘렛츠리뷰’는 대놓고 “응모하세요, 대신 리뷰를 쓰셔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인기 있는 소설책부터 가전제품까지 다양하게 등록된 신상품 중에서 이용자들이 사용 신청을 하면 추첨을 통해 제품을 지급하고 리뷰를 작성토록 한다. 블로그나 카페에 가입하는 회원들의 특성과 기업의 블로그 마케팅을 결합해 이용자들에게는 정보를, 사업자에게는 제품을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21세기 새로운 블로그 사업모형’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글루스의 한승희 팀장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3개월 천하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조바심도 있었다”며 “하지만 남보다 빨리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 것이 사용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면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서비스에 참여한 후원 상품은 모두 266종이고, 상품을 신청한 인원은 3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상품을 타기 위한 평균 경쟁률이 120 대 1. 인기 mp3인 아이팟 터치의 경우 117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렛츠리뷰’는 사용자가 후원 상품을 신청해서 당첨이 되면 리뷰는 자율에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당첨이 된 후 리뷰를 쓰지 않을 경우 다음에 당첨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리뷰를 유도하고 있다. ‘신청자 한마디’ 코너에 제품 신청 이유를 잘 쓸 경우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양질의 리뷰를 작성한 리뷰어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품을 제공해 당첨자가 더 좋은 리뷰를 쓸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 소재웅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 3년
김소연 인턴기자·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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